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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부처님의 생애 / 제1장. 탄생과 성장 (5) .. 잠부나무 아래에서의 선정 & 태자비 야소다나

by 우수맘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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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 [마음공부] - 부처님의 생애 / 제1장. 탄생과 성장 (4) .. 선인의 예언 & 태자 싯닷타

 

부처님의 생애 / 제1장. 탄생과 성장 (4) .. 선인의 예언 & 태자 싯닷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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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생애

 

제1장. 탄생과 성장 .. 5

 

 

잠부나무 아래에서의 선정

 

히말라야 산록의 비옥한 토지에 자리 잡은 사까족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 농경 사회였다.

집단 노동이 필요했던 그들은 친족간의 유대관계가 긴밀했고

공동체 안에서의 강한 결속력 못지않게 다른 종족에 대한 배타심도 강했다.

농경을 위해 그들은 부지런함과 인내의 미덕을 늘 권장했고,

경작과 수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대지와 자연의 신들에게 경외심을 품었다.

 

새 봄이 되면 파종에 앞서 올리는 농경제는 사까족의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주요한 행사였다.

사까족의 미래를 이끌 태자 싯닷타 역시 제의에 참석해 하늘과 땅에 풍작을 기원하고,

한 해 농사의 첫 삽을 뜨는 백성들을 고무시키는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였다.

풍성하게 차려진 제단 아래에서 화려한 장식구로 위엄을 떨치던 왕족들의 권위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갖가지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도, 찬탄과 웃음으로 결속을 다지는 왕족들의 인사도 귓전으로 흘렸다.

태자의 눈길은 황량한 들판으로 향했다.

이른 봄볕에도 농부들의 몰골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은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채 부들거리는 손으로 쟁기를 붙들고는

자신만큼이나 힘겨워 보이는 소의 고삐를 후려치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아래 늘어지는 소의 울음 너머로 새 떼들이 내려앉았다.

새들은 흙이 뒤집힌 자리마다 날랜 몸짓으로 달려들어 발버둥치는 벌레들을 사정없이 쪼아 먹었다.

새들은 날갯짓도 울음소리도 요란했다.

허연 거품을 물고 있는 소는 그치지 않는 채찍질에 등짝이 붉게 터졌고,

멍에를 맨 목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새까맣게 그슬린 등짝의 진흙투성이 농부 역시 사정은 조금도 나아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아팠다. 태자는 슬그머니 행사장을 빠져나와 농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든 그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힘든데 쉬었다 하세요.”

제 삶에 휴식은 허가되지 않았답니다.”

왜 그토록 힘겹게 일을 해야 합니까?”

세금을 바치려면 쉴 틈이 없답니다.”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농부의 눈빛은 바로 당신들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조금의 위로도 될 수 없었다. 긴 한숨을 쉬며 태자는 생각에 잠겼다.

귀족의 횡포 아래 백성들이 두려움에 떠는구나.

, 미물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먹히고 마는구나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위세를 과시하는 부산한 몸짓과 과장된 웃음들을 뒤로하고 태자의 발길은 한적한 숲으로 향했다.

태자는 조용한 곳에 우뚝 선 잠부나무 아래 두 다리를 포개고 사색에 잠겼다.

반듯하게 세운 허리와 고요히 잦아드는 숨결 따라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강한 자들이 약한자들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 현실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약자들의 비탄과 몸부림은 강자들의 비정한 웃음거리밖에 안됐다.

그들 역시 더 강한 자들 앞에서 몸부림칠 가련한 운명임을 잊은 채 탐욕에 들떠 있었다.

나는 눈물과 고통을 초래하는 저런 탐욕에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해가 기울고 요란한 음악소리도 잦아들 무렵, 행사장에 태자가 사라진 것을 알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사방으로 태자를 찾아 나선 대신들은 커다란 잠부나무 아래까지 와서 할 말을 잃었다.

깊은 강물처럼 고요한 태자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평온함이 넘쳐흘렀다.

잠부자무도 태자의 선정에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지

기우는 햇살에도 그림자를 옮기지 않고 일산처럼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태자의 근엄한 모습에 숫도다나왕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낮추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너에게 절을 하게 되는구나.”

 

 

 

태자비 야소다라

 

태자 나이 열아홉, 건강한 사까족 남자라면 누구나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였다.

숫도다나왕은사까족 장로회의를 소집하고 태자의 결혼문제를 논의하였다.

고귀한 신분에 뛰어난 재능과 품성을 가진 싯닷타에게 사까족 대신들이 앞 다투어 자신을 딸을 추천하자

숫도다나왕은 결정권을 태자에게 맡겼다.

태자는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젊고 건강하며 아름다우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삿된 생각을 품지 않고 시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섬기며,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몸처럼 돌보고 부지런한 여인이라면 승낙하겠습니다.”

 

숫도다나왕은 보석이 담긴 오백 개의 꽃바구니를 준비하고

태자비 간택을 위해 연회를 연다는 소식을 여러 나라에 전했다.

소식은 멀리 꼴리야까지 전해졌다.

꼴리야의 왕 숩빠붓다는 외동딸 야소다라에게 넌지시 권하였다.

 

너도 태자에게 찾아가 보석을 받아 오너라.”

 

아버지를 닮아 자존심이 강했던 야소다라는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아버지, 보석이라면 우리집에도 많지 않습니까?”

태자가 너를 얼마나 소중히 여길지 알아보려는 것이다.”

 

칠 일 후, 성년을 맞이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궁을 가득 메웠다.

숫도다나왕은 태자가 어떤 처녀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살피고 보고하게 하였다.

연회가 시작되었다.

태자는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고 처녀들에게 차례차례 보석바구니를 나눠주었다.

연회장에는 젊은 처녀들의 건강한 웃음이 넘쳤다.

준비된 오백 개의 바구니를 모두 나눠준 다음이었다.

 

힘찬 말 울음소리가 들기고 뒤늦게 도착한 한 여인이 연회장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몸매가 뚱뚱하지도 야위지도 않고,

피부가 희지도 검지도 않은 그 여인은 단정하고 엄숙했다.

그녀는 큰 걸음으로 태자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에게도 바구니를 주십시오.”

 

장식구와 화장으로 치장한 여인들 사이에서 그녀는 별다른 꾸밈없이도 황금처럼 빛났다.

 

바구니가 남아 있질 않습니다.”

저에게 창피를 주려고 하십니까?”

 

여인의 당돌한 행동에 시종들이 몰려들고 주위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연회장은 한 순간 얼음처럼 싸늘해졌다.

태자는 손짓으로 시종들을 물리고 푸근한 미소를 보였다.

 

이 보석이면 마음에 드시겠습니까?”

 

태자는 손가락에 꼈던 반지를 빼어 야소다라의 손에 끼워주었다.

기회를 잃은 여인들의 탄식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쉽게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태자는 옷을 장식했던 보석을 하나하나 풀어 건네주었고,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녀의 표정에 웃옷마저 벗어주려던 참이었다.

 

그만하십시오.저는 꼴리야의 공주 야소다라입니다.

제가 이 몸으로 태자님을 장식해 드리겠습니다.”

 

태자의 뜻을 확인한 숫도다나왕은 숩빠붓다왕에게 사신을 파견하여 청혼의 뜻을 밝혔다.

숩빠붓다왕은 어깨를 활처럼 펴며 말하였다.

 

우리 집안은 예로부터 학문과 무예를 겸비한 사람을 사위로 삼아 왔습니다.

권력과 재물만 보고 딸을 보낼 순 없습니다.

궁권에서만 살아온 태자가 어떤 분인지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건강한 사까족 청년들과 겨루어 정정당당히 승리하신다면 정성을 다해 가마를 꾸미겠습니다.”

 

칠 일 뒤 야소다라와의 결혼을 전제로 한 경합이 벌어졌다.

교양과 미모를 겸비한 야소다라에게 끌린 사람은 태자만이 아니었다.

오백명의 건강한 사까족 청년들이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사까와 꼬리야의 국왕을 비롯한 모든 대신과 수많은 백성들이 운집한 가운데

위수와미뜨라가 심판관이 되어, 아르주나가 수학시험관이 되었다.

사촌인 마하나마 역시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수학과 언변이 능한 태자와는 감히 논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평소 사색을 즐기고, 사냥과 싸움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태자를 이길 기회는

무예를 겨루는 자리 뿐이었다.

 

무예 과목으로는 먼저 사까족이 중요시하는 궁술로 정해졌다.

2구로사마다 과녁으로 쇠북을 세워놓고 쏘아 맞히는 시합이었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2구로사나 4구로사의 과녁에 그치고 말았다.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던 이들도 6구로사에 세워진 과녁을 명중시키는 이는 한둘에 지나지 않았다.

사끼족 젊은이들 중 가장 무예가 뛰어난 마하나마가 나섰다.

팽팽히 당겨진 그의 시위에서 날아간 화살은 8구로사에 세워진 쇄북을 경쾌하게 울렸다.

모여든 구경꾼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어 답하고 마하나마는 활을 태자에게 넘겼다.

 

태자는 자세를 가다듬고 시위의 강도를 점검하려고 손가락을 걸어 가볍게 튕겼다.

주위의 웅성거림이 한순간에 잦아들었다.

숫양의 뿔에 쇠심줄을 건 튼튼한 활이 썩은 나무처럼 부러져버린 것이었다.

시험관이 새 활을 가져다주었지만 그것 역시 제대로 당겨보기도 전에 부러지고 말았다.

당황한시험관에게 태자가 말하였다.

 

기력을 다해 당겨볼 만한 좋은 활은 없습니까?”

 

단상의 숫도다나왕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명하였다.

 

사당에 보관 된 활을 가져오라.”

 

두 손으로 들기도 무거운 활을 시종들이 가져왔다.

숫도다나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태자에게 활을 건네며 말했다.

 

이 활은 너의 할아버지 시하하누께서 쓰시던 활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활줄을 걸 사람조차 없었다. 네가 한번 사용해 보거라.”

 

활을 받아든 태자는 단숨에 활줄을 걸었다.

그리고 가볍게 몇 번 튕겨보고는 힘차게 시위를 당겼다.

굉음을 일으키며 번개처럼 날아간 화살은 10구로사 거리의 쇠북을 관통하였다.

놀란 사까족들이 달려가 보니 화살이 떨어진 곳이 깊이 패여 있었고

그 아래에서 맑은 샘이 솟아올랐다.

경탄을 금치 못한 사까족들은 그 후 그 샘을 화살우물이라 불렀다.

 

태자께서 승리하셨습니다. 승리자는 태자입니다.”

 

두 종족의 축복 속에 결혼이 성사되었다.

태자는 승자로써 사랑하는 여인 야소다라를 당당히 아내로 맞이하였다.

태자비를 맞이하던 날, 가마를 타고 궁전으로 들어서던 야소다라는 드리워진 비단 휘장을 걷어버렸다.

그런 뒤 가마를 세우고는 내려서 걸어 들어왔다.

깜짝 놀란 궁중의 여인들이 달려 나갔다.

 

태자비님, 아직 얼굴을 보이시면 안 됩니다.”

 

궁녀들의 호들갑에도 야소다라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흠 없는 얼굴을 감출 이유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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