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1 - [마음공부] -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2) .. 다시 찾은 까삘라왓투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2) .. 다시 찾은 까삘라왓투
2022.10.11 - [마음공부] -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1) .. 부왕의 초대 부처님의 생애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2) 다시 찾은 까삘라왓투 라자가하에서 까삘라왓투까지 60유순, 부처님
blog.sun-flower.co.kr
부처님의 생애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3)
고향에서의 걸식
고요한 아침이 찾아왔다.
니그로다숲에는 꽃만 무성할 뿐 공양을 가지고 오는 사람도 공양에 초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해가 제법 높이 솟았을 때, 부처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갖추어 입고 숲을 나섰다.
그 뒤를 비구들이 조용히 따랐다.
성의 문턱을 밟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부처님은 곧 집집마다 돌며 대문을 두드리셨다.
모든 이들을 초대해 음식을 베풀던 분,
누구의 집에서도 음식을 먹지 않던 분이
한 끼의 음식을 베풀어주십사 하고 청한 것이다.
성안에 소동이 일었다.
“숫도다나왕의 아들 싯닷타가 이집 저집 밥을 얻으러 다닌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걸음보다 빨랐다.
라훌라의 어머니 야소다라가 누각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거리에 늘어선 구경꾼들 사이로 부처님과 제자들의 행렬이 다가오고 있었다.
야소다라는 쓰러질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황금수레를 타고 위용을 자랑하며 거리를 누리던 분, 저 분이 이젠 맨발로 다니는구나.
흙으로 만든 그릇을 들고 집집마다 밥을 빌러 다니는구나.”
자존심 강한 사까족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소식을 들은 숫도다나왕은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거둘 새도 없이 달려 나갔다.
길을 막아선 왕의 얼굴에는 원망과 비애가 가득했다.
“아비에게 이런 창피를 주어도 되는 것이냐. 내 집에서 너와 비구들에게 공양하지 못할 것 같아 이러느냐.”
“왕이시여, 들으십시오. 집집마다 차례로 걸식하는 것은 왕께 수모를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왕께서 저와 비구들에게 공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도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사문의 전통입니다.”
부처님의 손목을 거머쥔 숫도다나왕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찰제리이다. 명예로운 우리 가문에 너처럼 밥을 얻으러 다닌 자는 한 사람도 없엇다.”
부처님은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찰제리는 당신의 종족입니다. 저희는 부처님의 종족입니다.
과거에 출현하셨던 높고 거룩하신 부처님들도 한결같이 걸식으로 생명을 이어가셨습니다.”
“당신의 종족이라고? 아...”
움켜쥐었던 숫도다나왕의 손아귀가 맥없이 풀렸다.
나의 아들,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그래서 더 없이 원망스러웠던 나의 아들은
이미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당신의 종족과 나의 종족을 이야기하는 그는 이미 숫도다나왕의 아들이 아니었다.
숫도다나왕은 주저앉고 말았다.
뿌옇게 흐려지는 눈길 너머의 태자는 이제 사문일 뿐이었다.
부처님이 조용히 말하였다.
일어나 방일치 말고
선행을 닦으십시오
법을 행하면 안락합니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부처님의 음성은 담백하고 진실했다.
부처님의 눈빛은 흔들림 없고 당당했다.
선행을닦고
악행을 짓지 말아야 합니다
법을 행하면 안락합니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숫도다나왕이 부처님에게 다가갈 방법은 이제 한 가지 뿐이었다.
숫도다나왕은 일어나 옷깃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성자가 된 아들을 정중히 초청하였다.
“비구들께 공양을 올리고자 합니다. 오늘은 저희 집에서 공양을 받으소서.”
야소다라와의 재회
궁중은 분주했다. 음식을 준비한 여인들이 모두 달려 나와 경의를 표하고 환대하였다.
그들은 능숙한 솜씨로 음식과 과일을 올리며 부지런히 시중을 들었다.
부처님은 한쪽에 앉아 조용히 합창하였다.
오직 한 사람, 라훌라의 어머니만은 그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숫도다나왕과 어머니 마하빠자빠띠는 부처님이 공양하는 동안 내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우루웰라에서 고행하다 굶주림에 지쳐 죽었다는 소문이 돈 적 있단다.”
“그 때 그 말을 믿으셨습니까?”
“믿지 않았지. 내 아들 싯닷타가 목적을 성취하기도 전에 죽을 리가 없지. 절대 그럴 리 없지.”
부처님은 공양을 마치고 부모님과 궁중의 여인들을 위해 법을 설하셨다.
악을 경계하고 바른법을 닦는 집안에 제 수명을 누리지 못하는 자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집안에서 젊어서 비운에 죽는 사람은 결코 없음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숫도다나왕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았다.
흐르는 눈물을 거두지 못하던 마하빠자빠띠도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아들의 두발을 쓰다듬었다.
“궁궐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호위를 받던 네가 산속에서 혼자 어떻게 지냈느냐?”
“두려움을 떨치면 숲도 궁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늘 호화로운 까시산 비단옷을 입었는데.... 분소의가 불편하지는 않느냐?”
“탐욕이 가득했던 옛이야기입니다.
새털이나 양모나 목면이나 비단으로 만든 옷보다 지금은 이 분소의가 더 좋습니다. ”
“걸식한 음식들을 어떻게 먹었느냐?”
“세상 사람들 다 먹는 음식입니다. 어찌 싫다 할 수 있겠습니까.”
대중을 둘러본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홀로 살면서 방일하지 않는 성자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나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남에게 이끌리지 않고 이끄는 이
현명한 이들은 그를 성자로 압니다
궁중의 모든 사람들이 사꺄족 성자를 자랑스러워하며 환희의 찬가를 불렀다.
우렁찬 찬탄의 노래는 야소다라의 방까지 울렸다.
두꺼운 휘장으로 사방을 가린 그녀의 방에는 햇빛 한 줌 들지 않았다.
궁중의 여인들이 달려와 조심스레 말했다.
“태자비님, 그토록 기다리던 태자님이 오셨습니다. 이제 그만 나오셔요.”
휘장 너머에서 무겁고 차가운 야소다라의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
“그가 나를 떠나갔다.... 그가 나에게 다시 와야 한다. 내가 왜 그에게 가야 한단 말인가.”
그녀에게 두 번 권할 수 없었다.
공양과 설법이 끝나고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처님께서 자리에 일어나셨다.
그 때였다. 방을 나서는 아들 앞을 숫도다나왕이 막아서며 두 손을 내밀었다.
아들의 발우를 소중히 받아든 숫도다나왕은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꼭 가야할 곳이 있다.”
말 없이 따라나서는 부처님을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가 뒤따랐다.
화려한 문양을 새긴 긴 화랑을 지나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 궁중 깊은 곳에서 숫도다나왕이 걸음을 멈추었다.
“들어가 보거라.”
잠시 눈을 감았던 부처님이 조용히 말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그냥 두십시오. 누구도 그녀를 막아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무거운 문을 열고 두꺼운 휘장을 천천히 걸으셨다.
방 한구석을 울음을 삼키는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다.
사리뿟따와 마하목갈라나를 물린 부처님은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가 침상 가까이 놓인 자리에 앉으셨다.
한참 후 무거운 침묵을 뚫고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작은 흐느낌은 이내 통곡이 되어 궁전 회랑을 휘감았다.
꿈에 그리던 그이의 발아래 야소다라는 쓰러졌다.
붉은 연꽃같은 두 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보고 싶었다고, 왜 이리 늦었냐는 말을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목에 걸린 울음만 토했다.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릴 뿐 아무도 막지 않았다.
야소다라의 슬픔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당신의 두 발이 흥건히 젖도록 부처님 역시 말씀이 없었다.
숫도다나왕이 다가가 며느리의 두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네가 거친 베옷을 입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비단옷을 버렸단다.
네가 장신구를 걸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화장을 그만두었단다.
네가 맨땅에서 잔다는 소리를 듣고 야소다라는 방 안의 이불을 모두 치워버렸단다.
네가 출가한 후 다른 왕실에서 패물을 보내왔지만 야소다라는 모두 거절했단다.
야소다라는 늘 너를 믿고 사랑하고 그리워했단다.”
야소다라의 눈물을 말없이 바라보던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야소다라가 저를 보살피고 절개를 지켰던 것은 금생만이 아닙니다.
난다의 출가
까삘라에 온 지 사흘 째 되던 날,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마하빠자빠띠가 낳은 동생 난다와 석가족 최고의 미녀 자나빠다까랴니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
더불어 부왕의 왕위를 잇는 대관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최고의 음식을 준비한 자리인 만큼 초대받은 이들 역시 화려한 비단과 보석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농담과 찬사가 어울러져 들뜬 잔칫집에 한 사문이 나타났다.
부처님이었다.
친족들은 애써 예를 갖추었지만 거친 베옷을 입은 옛 태자의 출현에 당황하고 있었다.
음악이 멈추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놀라기는 난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립던 형님이었다.
그런 형님이 고작 밥그릇 하나만 들고 동생의 잔칫집을 찾은 것이었다.
난다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문으로 내쳐 걷는 걸음걸이가 난다의 속내를 말하였다.
말 없이 발우를 빼앗아 든 난다는 음식이 놓인 곳으로 걸어가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볼품없는 발우에 불만이라도 토로하듯 덥석덥석 집은 음식을 그릇 속으로 내던졌다.
속이 상했다.
누구도 감히 바로 쳐다볼 수 없던 형님이었다.
그 위엄과 기상 앞에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하던 형님이었다.
자신이 아우라는 걸 자랑스럽게 하던 형님이었다.
그런 형님이 수 많은 사람들의 조롱 속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었다.
넘치도록 음식을 담고 돌아선 난다는 깜짝 놀랐다.
형님이 보이지 않았다.
보고 싶던 형님이 문밖 너머의 거리로 멀어지고 있었다.
난다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잠시나마 형을 수치스럽게 여긴 자신이 밉고 싫었다.
눈물이 떨어지는 발우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난다는 오래오래 담아두었던 말을 외쳤다.
"형님"
형님의 걸음을 쫓아 문턱을 넘을 때였다.
난다의 발길을 어여쁜 아내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여보."
고개를 돌린 난다에게 자나빠다깔랴니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제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오셔요."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화살처럼 날아와 심장에 꽂혔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부처님은 걸음을 멈추지도, 돌아보지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초라한 사문이 되어버린 옛 태자와 밥그릇을 들고 뒤를 따르는 새로운 태자,
우스꽝스런 그런 광경을 백성들이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부처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다다르도록 숲으로 향하지 않고 까삘라 거리를 구석구석 누볐다.
그 뒤를 따르며 난다는 끊임없이 애원했다.
"형님, 용서하십시오. 그만 노여움을 풀고 발우를 받으십시오."
뜨겁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고 난다의 마음을 채웠던 원망과 수치심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말을 잊고 뒤를 따르는 난다의 걸음은 어느새 씩씩해져 있었다.
문틈으로 수근거리는 백성들에게 난다는 속으로 크게 외쳤다.
'보라, 자랑스러운 나의 형님을, 이처럼 당당한 눈빛과 걸음걸이를 그대들은 본 적 있는가.'
석양이 붉게 물들고 부처님은 니그로다숲으로 향하셨다.
숲의 수행자들은 돌아오시는 부처님을 침묵으로 맞이할 뿐 누구하나 수선떨지 않았다.
난다는 숲의 수행자에게 발우를 내밀었다.
"이건 우리 형님의 발우입니다. 받으십시오."
수행자는 눈빛을 낮출 뿐 발우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난다는 어쩔 수 없이 부처님의 처소까지 발우를 들고 가야만 했다.
숲 한가운데 마련된 넓고 깨끗한 자리, 그 곳에 부처님이 앉아 계셨다.
그 얼굴에는 조금의 원망도 노여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찍 드리운 숲의 어둠에도 얼굴은 횃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간 난다가 공손히 발우를 내려놓았다.
"난다야, 앉아라."
얼마나 듣고 싶던 따스한 음성인가.
공손히 합창한 아우에게 부처님을 말씀하셨다.
"난다야, 내가 부끄러운가?"
"아닙니다. 이 세성 어느 사내도 형님처럼 당당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잠시 어리석었습니다.
지금 전 세상 누구보다 형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난다야, 모든 탐욕을 떨쳐버린 삶은 당당하단다.
난다야, 모든 분노와 원망을 떨쳐버린 삶은 안온하단다."
부처님은 출가의 공덕과 과보를 난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밝게 웃는 난다에게 나지막이 물으셨다.
"난다야, 너도 비구가 될 수 있겠느냐?"
이마의 화장이 마르기 전에 돌아오라던 아내의 목소리가 난다의 귓전에 맴돌았다.
말없이 고개를 숙인 난다에게 재차 물으셨다.
"난다야, 너도 비구가 될 수 있겠느냐?"
부처님의 말씀 속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난다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마음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처님의 생애 / 제7장. 교단의 성장 .. 사왓티의 상인 수닷타 (0) | 2022.10.15 |
---|---|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4) .. 라훌라의 출가 & 왕자들의 출가 (0) | 2022.10.14 |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2) .. 다시 찾은 까삘라왓투 (0) | 2022.10.11 |
부처님의 생애 / 제6장. 고향에서의 전법 (1) .. 부왕의 초대 (0) | 2022.10.11 |
부처님의 생애 / 제5장. 교화의 터전 라자가하 (4) .. 계율의 제정 (0) | 2022.10.10 |
댓글